오늘은 금강경 제20장~23장을 필사했다.
제20장 이색이상분 (색신을 여읜 법신 여래)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신체적 특징을 원만하게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신체적 특징을 원만하게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원만한 신체를 갖추는다는 것은 원만한 신체를 갖춘 것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원만한 신체를 갖춘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신체적 특징을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있겠는가?"
"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신체적 특징을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신체적 특징을 갖춘다는 것이 신체적 특징을 갖춘 것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신체적 특징을 갖춘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
어디선가 읽은 바로는 금강경은 공(비어있음) 사상을 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고정된 실체가 없이 흐르는 존재임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여래의 형상 역시 예외가 아닌 것은 당연하겠다.

제21장 비설소설분 (말을 여읜 설법, 설법 아닌 설법)
"수보리여! 그대는 여래가 '나는 설한 법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지 말라.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법이 있다.'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를 비방하는 것이니, 내가 설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설법이라는 것은 설할 만한 법이 없는 것이므로 설법이라고 말한다."
그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미래에 이 법 설하심을 듣고 신심을 낼 중생이 조금이라도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저들은 중생이 아니요 중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중생 중생이라 하는 것은 여래가 중생이 아니라고 설하였으므로 중생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
말 조차도 입 밖으로 내어지는 순간 퇴색되는 것
지혜의 말씀인 법문 조차도 그렇다고 하다니
쿨하다 못해 시렵기까지 하다.
지혜의 말씀에 목마른 우둔한 사람들을 당혹감에 사로잡히게 했을 법한 매순간이다.

제22장 무법가득분
(진리는 얻을 것이 없다 / 얻을 것이 없는 법)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은 법이 없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수보리여! 내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에서 조그마한 법조차도 얻을 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말한다."
제23장 정심행선분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닦아라 / 관념을 떠난 선행)
또한 수보리여!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은 것이 없으니, 이것을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말한다.
나라는 생각도 없고, 사람이라는 생각도 없고, 중생이라는 생각도 없고, 오래 산다는 생각도 없이 온갖 선법을 닦음으로써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게 된다.
수보리여! 선법이라는 것은 선법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으므로 선법이라 말한다.
——
자기계발서인 ‘청소력’을 읽다가 알게 된 부처님의 제자이자 아라한이기도 한 ‘주리반특’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부처님께서 주리반특에게 설하셨듯
실체없고 높게만 느껴지는 말씀을 갈구하는 것 대신
생활 속에서 청소나 설거지와 같은 집안일을 하면서도
끝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의 티끌을 지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 역시도
가르침이 가리키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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