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스로 치유하는 뇌' 내용을 주의 깊게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는 자각하지 못했을 부분은
우리가 뭔가에 끊임없이 쫓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독보적인 책이지만, 읽기가 까다롭기도 했다.
오늘은 이 책에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잃어버린, 정말 필수적인 무언가를 찾게 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살고 싶다면, 더 느리게, 더 의식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뭐? ( )를 가지면, ( )가 되면 그만이야. 쫓기다니, 내 의지대로 뛰고 있는걸.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큰 건강 상의 이슈가 없더라도 스스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혹은 고질적인 근육통이나 신경통이 있다면 주목해볼만한 대목이 있었다.
바로 제5장, 모세 펠덴크라이스 : 물리학자, 유도
이 책의 제5장은 처음에는 눈에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모세 펠덴크라이스'는 무엇이며 '유도 유단자'인 물리학자가
정신적으로 동작을 '자각'하여 어떻게 심각한 뇌 문제를 치유한다는 말인지?

이 장에서는 물리학자 '모세 펠덴크라이스' 본인이 다리 부상을 입은 경험, 그리고 회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신체 상태만이 아니라 뇌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펠덴크라이스의 핵심 원칙
- 마음은 뇌의 기능을 프로그래밍한다.
- 뇌는 운동기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 동작의 자각이 동작을 향상시키는 핵심이다.
- 동작들 간의 미세한 감각 차이를 구별하는 분화가 뇌 지도를 만든다.
- 자극이 작을수록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다.
- 동작을 느리게 하는 것이 자각의 비결이고, 자각은 학습의 비결이다. (펠덴크라이스는 "생각과 행동 사이의 지연이 자각의 기초"라고까지 했다.)
- 가능하면 힘을 빼라
- 실수는 꼭 필요하다. 동작에 올바른 방법은 없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뿐.
- 이런저런 동작들을 무작위로 하다 보면 발전의 돌파구가 생겨난다.
- 몸의 한 부위의 아주 작은 동작에도 몸 전체가 관여한다.
- 동작 문제들과 그에 수반되는 통증은 학습된 습관 때문이지 비정상적인 구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책을 보면 펠덴크라이스가 여러 심각한 사례를 치료한 경우가 나오긴 한다.
펠덴크라이스는 목, 척추, 골반을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당기며 반사적으로 자극함으로서 경직되고 비활성이던 척추와 몸 곳곳에서 동작이 일어나게끔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척추와 등의 많은 근육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의 노하우 외에도 많은 노력이 수반되었을 것이고
실제 우리나라의 의료계가 취하고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니
구체적인 사례들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펠덴크라이스의 '마지막까지 강압되지 않는 삶'
펠덴크라이스는 1977년에 현 펠덴크라이스 북아메리카 길드라는 조직을 창설했다고 한다.
이 조직은 오늘날 훈련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그 요법의 시술자에게 자격증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는 유전이 지능의 한계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유도 유단자였던 그가 유도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가역성의 이해' 라고 한다.
총명하려면 행동을 어느 순간에도 멈추거나, 뒤집을 수 있도록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 결코 강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공식은 분명해졌다.
강압적 행동은, 앞서 펠덴크라이스 요법에서 강조된 의식적이고 분화된 방식의 행동과 정반대이다.
강압적 행동은 분화된 행동과 달리 항상 똑같은 식으로 행해지며,
역설적이게도 정신적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
그렇기에 그만큼 자각 없이 기계적으로 행해질 때가 많다고 한다.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환자들로 하여금 '실패할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지지해주고 허용해주면서
점차 환자들이 강박이나 두려움이 없이도 점차 신체적 기능을 되찾아갈 수 있도록 해 준 점이었다.
가역성이 여기도 적용되었던 것이 아닐까?
나의 다음번 호흡 소리를 들으려고 기다리는 중이네
닥터 노먼 도이지의 저서임에도 이번 포스팅은 모세 펠덴크라이스에 집중되어 있다.
어쨌든 책에서 접한 것으로는 취미-배움-소명-삶의 철학이 정렬되어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마지막 일화도 그러하다.
친구가 임종을 앞둔 펠덴크라이스를 방문했을 때, 그는 펠덴크라이스가 마치
"자신의 몸을 마치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 처럼 듣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자 펠덴크라이스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고 한다.
"나의 다음번 호흡 소리를 들으려고 기다리는 중이네."
모두에게 정해진 죽음이라는 수순을 거스를 수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가느냐는 바꿀 수 있다고 노먼 도이지가 말한다.
자각하면서 바꿀 수도 있고, 자각하지 않고 바꿀 수도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어쩌면 해답
최근에 있었던 요가 시간에도 빨리 선생님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에 집중하고 긴장하며
한껏 근육을 급히 빨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오히려 "더 근육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라"는 말을 들었다.
빠르고, 강렬하고, 확실한 움직임이 과연 정답인가?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마 성장과정의 학창시절의 시험이나 수행평가, 각종 시험과 면접자리는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한 삶의 어느 구석에서 우리는 그저 햇볕을 쐬며 이리저리로 자유로이 뻗어가는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없지는 않았겠지만 희미하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자라오는 내내 '가야만 하는 곳', '해야만 하는 일' 등이 내 멱살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급증이나 불안감이 조금씩 더 커져왔던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나와 같거나 나보다 더 강도가 심한 불안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기계적이고 강박적인 움직임 - 그리고 무섭게도, 사고방식-은
이미 개개인의 생활과 주변 풍경,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뿌리깊게 눌러붙은 고질병인 듯 하다.
이미 그 원인과 해답을 느낀 부분은 위에서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줄여서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최대한 압축해보자면, '느림과 의식함, 호흡이 몸과 정신을 다시 살아나게 할 단초' 라고 보인다.
나도 한번에 더 건강하고 에너제틱해지고자 마음먹기보다는
매 순간순간 미세한 움직임 '사이', 호흡 '사이', 생각 '사이'를 더 의식해보려고 한다.
여러 다른 이유로 힘겨운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아래는 나도 처음 접해보는 펠든크라이스 시청각 자료이다.
펠든크라이스 무브
알렉산더 테크닉이나 소마를 연상하게 하는데 역시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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