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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키드는 뮤지컬 작품으로 더 많이 들어본 것이다. 뮤지컬을 본 적도 없어서 영화와 뮤지컬 간의 차이점은 모르겠다.
여하튼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고 정말 추천한다는 평을 여러 개 봤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 영화.
게다가 아리아나 그란데의 팬이었다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영화다.
특이사항으로는 아시아계 감독인 존 추가 감독이었고, 배우로 양자경, 아리아나 그란데의 하인 같은 친구로 나오는 아시아계 학생이 꽤 비중있게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엘파바 목소리 역으로 박혜나님 (뮤지컬 배우)이었다는건 오늘 알았다 (...) 엘파바 역으로 나온 신시아 에리보의 노래 분량이 엄청나고 또 가끔은 아리아나 그란데를 압도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기 때문에 두 번 놀라는 부분.
언젠가 박혜나님의 공연 영상을 찾아봐도 좋겠다.
대강의 줄거리
#1 - 해피엔딩?
먼치킨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먼치킨랜드에 기쁜 전보가 숨가쁘게 날아들면서 매우 정신없고
마냥 밝고 기쁘기만 한 노래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소식이란 '나쁜 마녀가 죽었다'는 것.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나쁜 마녀가 죽었다는 사실에 신나하며 한 목소리로 춤추고 노래한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착한 마녀'인 글린다가 거대 방울을 타고 하늘에서 나타나 그 소식이 사실임을 전해주며,
밀짚으로 만든 크고 그로테스크한 '나쁜 마녀 모양 짚더미'
화형식을 하며 축제 분위기의 뽕(?)을 뽑는다.
먼치킨랜드는 애초에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동네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나쁜 마녀는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이처럼
한 몸에 욕을 받아내는 것일까?
나쁜 마녀가 죽으면 먼치킨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기쁜 축제분위기가 1절, 2절, 3절을 거쳐 우악스럽게 번져가고, 소식을 전하러 온 착한 마녀 '갈린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볼 일을 다 봤다는 듯 급히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질문했다. "갈린다, 나쁜 마녀와 친구였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그렇게 '착한 마녀' 글린다와 '나쁜 마녀' 엘파바의 인연이 회고된다.
#2 - 엘파바씨, 언제부터 그렇게 나빴나요?
나쁜 마녀 엘파바로 말하자면, 어머니 몸에서 다 빠져나오기 전부터 기겁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첫째, 온 몸의 피부빛이 타고나길 초록색이었으며, 둘째, 강렬한 감정(주로 분노)으로 염력을 쓸 수 있었다.
영주의 딸로 태어났음에도 주로 유모인 불곰 유모의 케어를 받으며 자라난 엘파바는 여동생 네사로즈가 본인 때문에 불구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실은 아버지인 영주가 노이로제에 걸려 어머니에게 먹인 성분으로 인해 조산) 매사 스스로를 탓하는 성품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운명적인 전환점인 '쉬즈 대학' 입학식에 온 그들

쉬즈대학에 입학할 동생 네사로즈를 그져 에스코트하러 왔지만,
엘파바는 의도치 않게 염력을 모두 앞에서 보여주며 마법 교수 '마담 모리블 (양자경)'의 눈에 들게 되었고, 쉬즈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마담 모리블은 엘파바를 개인교습하겠다며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마법을 부린다는 것은 오즈에서 아주 큰 특권이다.
그런 마법을 가르치는 교수의 눈에 든다는 것은 곧 출세의 지름길이기도 하기에, 마담 모리블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입학생이 또 있었으니...

그녀는 글린다였다. (갈린다 였으나 염소 교수가 발음을 잘못하기에 PC해보이기 위하여 '글린다'로 개명했다)
글린다는 왠일인지 양 옆에 시중을 드는 친구들이 있으며, 남들은 다 교복을 입는데 혼자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활보하고, 밝고 (겉으로) 모두에게 친절하고 도움이 되는 이미지로 현실로 치면 치어리더+학생회장의 혼종일 것이다.
Mean Girls 이후 블론드 빗치의 새로운 캐릭터가 태어난 것 같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악의로 한 행동이 모두에게 행복을 불러들인다는 설정인 일본드라마 정의의 아군이 생각나기도 했다.
#3 - 오해로 쌓은 우정
여하튼 자기중심적이지만 자기가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알고, 어떻게 얻는지도 확실히 아는 글린다는 '마담 모리블'의 개인교습을 받고 싶어한다.
룸메이트인 엘파바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상극이었다. 예컨대 엘파바가 동물 교수들 (오즈랜드에서는 동물들이 인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살아간다)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체적 한계를 이해해주지만, 글린다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꼰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글린다가 매사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체크하고 살아간다면, 엘파바는 이미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초월해버린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엘파바와 글린다 모두에게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터닝포인트가 생겨난다.
쉬즈대학의 퀸카인 글린다를 흠모한 빨간 뽀글머리 먼치킨이 그녀에게 댄스파티 파트너가 될 것을 청하자, 전학생인 피예로 왕자를 찍어두고 있던 글린다는 거절할 핑계를 찾다가 "(몸이 불편한) 네사로즈를 날 위해서 댄스파티로 데려가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라고 하고 먼치킨은 홀린 듯 뭐든 하겠다고 답하며 네사로즈에게 댄스파티에 같이 갈 것을 청한다.

평소에 글린다와 앙숙이었던 엘파바는 동생 네사로즈에게 글린다의 수작(?)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지만, 네사로즈는 한번도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좋은 기억을 글린다가 선물해주는 것이라며 완강히 거부한다.
그리고 글린다는 엘파바를 웃음거리로 만들 심산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엘파바에게 선심쓰듯 선물하며, 파티에 초대한다.
그런 속마음을 모르는 엘파바는 왠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마담 모리블'에게 글린다와 함께 마법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한다.
그리고는 선물 받은 못생긴 모자를 쓰고 나타나서 파티장 한 가운데에서 괴상한 춤을 추며 나름대로 파티를 즐겨보려고 하는 엘파바. 하지만 주변의 눈에는 괴이하고 혐오스러운 움직임일 뿐. 흡사 꼬꼬춤과도 같은 엘파바의 움직임에, 장내에는 비웃음과 히스테릭한 웃음소리만 간간히 울린다.
엘파바가 마담 모리블의 수업을 같이 듣게 힘써주었다는 소식을 들은 글린다는 왠지 그 모습을 외면하지 못했다.
주변 시종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무도장 한 가운데로 나가서 조용히 엘파바와 마주보고 괴상한 춤사위를 따라 추기 시작한다.
(아마도 시중드는 친구들이 그리 만류한 것으로 보아 Popularity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행위였을 것이다.)

둘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 춤을 추기 시작하자, 비웃고 타자화하기만 하던 주변 친구들도 이내 눈치를 보기 시작하며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추기 시작했다.
글린다가 엘파바의 몸짓을 따라하며 춤을 함께 춰 주는 모습에서 왠지 눈물이 났다.

그렇게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마법 교습의 기회를, 글린다는 엘파바에게 Popular Girl 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상극처럼 서로 부딪치기만 하던 지난 날을 뒤로 하고 베스트 프렌드가 된 것이다.

전학생인 피예르 왕자도 꽤 비중이 있긴 한데, 여러 떡밥 (글린다와 썸을 타다가 엘파바의 반항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임) 뿌리고 이렇다 할 족적은 남기지 않는다.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백치 바람둥이인 척 하는 우유부단한 파티보이 정도의 비중으로 그쳤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간에 쉬즈대학의 공기를 완전히 바꾸고 파티 분위기로 이끄는 알파메일(?) 역할을 톡톡히 했다.
#4 - 정점에서 느낀 환멸

마담 모리블의 추천서를 받고 에메랄드 시티로 간 엘파바는 원숭이 가드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마력을 증명하고, 오즈에게 소원을 빈다. 피부가 그린에서 살색으로 가는 것이 아닌, 염소 교수를 포함하여 모든 동물들이 탄압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엘파바는 실상 마법사 오즈가 실질적으로 마력이 없는 사기꾼과도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이상 (동물들이 탄압받지 않고 인간과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을 오히려 탄압하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이에 현실타협적이고 시스템 순응적인 글린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력을 발휘하여 빗자루를 타고 도주한다. 그리고 엘파바는 오즈의 오른팔이 될 수도 있던 출세가도에서 벗어나 졸지에 수배범이 된다.

실제로 엘파바가 죽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영화 서막에 나오듯 죽었다는 전언만이 나온다.
하지만 속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죽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실을 반영한 상징 등
희생양 (Scapegoat)
염소 모양은 서양 영화에서 워낙 자주 나오고 또 악마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선함에도 사람들의 오해를 받고 대중의 희생양이 되고야 마는 영웅'적 상징으로 나왔다. 동물 일족으로서 쉬즈대학에서 강의를 맡던 마지막 염소 교수가 그러했다.
영화 초반에 (이유는 모르나 화형 당하는 거대 밀짚으로 표현된) 엘파바의 형상도 희생양이다.
선량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의 평안을 위해 이유 불문하고 척살당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선한 자'들에 비해 무엇이 더 악했을까?
그들을 처단하면 더 강해지는 '선한 자'들은 누구였을까?
마녀와 성녀 / 이원성
카발라 교리 중에 이원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이원성 표현을 보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쁜 마녀 엘파바는 세상의 그늘, 어둠, 음(-), 비주류, 추함, 내면으로의 몰입, 죽음, 불길함을,
착한 마녀 글린다는 빛, 양(+), 주류, 아름다움, 외부적 명분, 생명, 즐거움을 상징한다. 단순히 외양만 보고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들이 서로 대치하다가 마침내 댄스파티에서 얼렁뚱땅 서로 어울리게 되는 모습은 카발라는 이 나무가 우리가 영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선과 악을 모두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이원성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에 장애인의 거동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에티켓적인 부분, 염소의 구강구조로 갈린다를 글린다로 발음할 수 밖에 없는 부분 등등 스토리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넣고 있는 의식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아직 속편의 내용도 남아 있을거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어떤 상징 같은 것들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도 편치는 않다. 그리고 경고하지만 초반에는 이명이 올 정도로 귀가 아프다.
하지만 아리아나 그란데가 연기한 글린다의 캐릭터는 무척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단면적이지 않고 '선함'의 이면을 유머있게 드러내보인 캐릭터 같다. 그리고 글린다와 엘파바가 공생해가며 서로를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이 감동적이었고, 춤과 음악으로 눈과 귀가 지루하지 않기에 한번쯤은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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