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와 개인의 주관이 있을 수 있으니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영화 감상 전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개봉하자마자 본 히든페이스
많은 사람들이 노출 영화로 알고 있겠지만
필자는 그저 좋아하는 배우(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모현민'을 연기했던 박지현 배우)가
파격적인 스릴러를 찍는다기에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예고편이나 포스터나 한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다.
*
분명 주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감정적인 (+육체) 한계 너머를 보여준 영화이지만 ..
그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강렬한 씬은 모두 휘발되고 여운만 알싸하게 남는
웰메이드 하고 깔끔한 영화이다.
오늘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박지현이 모현민으로 나온 재벌집 막내아들이 방영되기 전에 이미 촬영되어
올해 말이 되어서야 개봉한 영화라고 한다. 왜인지는 모른다.
나만 안 새로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조여정 배우가 주연이었던 방자전,
송승헌 배우가 주연이었던 인간중독을 제작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라고 한다.
두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제작자의 스타일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잘 맞아떨어져
시너지를 낸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번 감상문은 '공간'이 극중 인물의 뒤죽박죽인 욕망을 펼치기에 좋은 무대라는 점에 대한 것이다.
심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캐릭터가 모두 일반적이지 않고
연기와 스토리를 통해 표현해낸 방식도 독창적이었다.
지휘자 '성진'(송승헌)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조여정)은 오케스트라 단장의 딸이고,
위 장면에서 보다시피 성진과 수연의 갑을 관계는 본질적으로 명확했다.
수연의 캐릭터를 묘사하면 스토리가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말을 아끼겠지만, 부잣집 딸의 막무가내식 천진함과 밝은 분위기 기저에는 마치 신생아처럼 죄책감 하나 없는 소유욕과 지배욕이 자리하고 있다.
평창동에 있을 것 같은, 크고 멋진 조경을 갖춘 대저택에서 날카롭게 기싸움을 하던 두 사람 사이에 기묘한 해프닝이 일어난다.
영상편지만 남기고 잠적한 수연.
약혼녀가 사라진 것도 혼란스러운데 주변에서는 대타 첼리스트를 기용하라고 성화다.
마지못해 면접을 보기로 하지만, 단 한번의 마주침에 ..
수연의 후배라는 첼리스트 '미주'와 마주한 후, 성진은 걷잡을 수 없는 진홍빛 욕망을 무럭무럭 키우게 된다.
이유는 미주의 미모일 수도, 면접자리에서 확인한 서로 비슷한 음악적 취향일수도, 성진의 불안정한 감정상태 덕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성진은 단 한번의 마주침 이후 미주의 SNS를 확인하기도 하고 미주의 교습소 앞에 늦은 시간에 찾아가 악보를 건네주며 별 의미없는 말을 주절이기도 한다.
공연장 안은 성진에게는 자신만의 영역이다.
그 안에 앉아 첼로를 담당하던 수연이 이따금 공연장 2층으로 올라가 오케스트라 단장과 사무장과 밀담(성진의 시각)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폭발하는 회상씬에서 성진의 숨겨진 지배욕을 엿볼 수 있다.
그 영역에 어딘지 슬프고 무기력한 그녀가 들어왔다.
성진이 바라보는 그녀의 허리라인, 옆모습, 손가락 등을 화면이 게걸스럽고 끈적하게 담아낸다.
그의 영역 안, 그의 지휘에 따라 연주하는 그녀는 이미 상상 속에서는 성진의 소유가 된 것이다.
결국 수연과 성진의 예비 신혼집에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시작된 관계
그런데 이 여자, 어딘지 수상하다.
거울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구조
하지만 밖에서는 안에서 무슨 난리를 치든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구조이다.
변태적인 구조의 집
이 공간이 바로 세 인물의 비밀을 담고 또한 은밀한 욕망과 두려움을 사정없이 착취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오케스트라 연습장과 변태적인 집 구조는
모두가 욕망을 완벽하게 추구하지는 못하고 조금씩 타협하고 마는 인간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을은 갑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되고
그러한 갑조차도 욕망의 굴레에 기꺼이 종속된다. 심지어는 본인에 대한 가학마저도 수용해버릴만큼.
불타서 숲이라도 태울 것만 같은 욕망조차도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그리고 에고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타협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속물적이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이다.
어쩌면 정사신보다도 그 건조함이 더 충격적인 사실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떤 사람들의 가장 가려진 욕망은,
상황의 족쇄 안에서 욕망을 타협하는 것이 아닐까.
양면성을 넘어 다면적이기까지 한 인물들에 대한 글은 영화가 OTT에도 풀린 후에도 쓰고 싶으면 쓰기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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